내 서랍을 열어보면 중, 고등학교 때 손으로 쓴 조그만 영어 단어장이 먼지를 쓴 채 구석에 있다. 이제는 오래 되어 색도 바랬지만, 아직도 영어 단어를 외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이제 나이도 들었지만 아직도 영어 앞에서 쩔쩔매는 건 변함이 없다. 아니, 나이가 들어서 더 힘든가 보다. 뇌가 완전히 휘발성 메모리가 되어 버린 건지, 자고 일어나면 어제 점심 때 뭐 먹은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 지갑도 세 번 정도 잃어 버렸다가 찾은 경험이 있고, 눈에 쓰던 안경은 어디다 뒀는지 2주 째 못 찾고 있다. 그렇게 나도 늙어가나 보다 하고 있을 때,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구청에서 개설된 영어 강좌를 1년 넘게 다니신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모습에 자극이 되어 뒤늦게 다시금 영어 단어장이나 만들어 볼까 한 것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래도 디지털 세상인데, 예전처럼 조그만 종이에 쓰기는 그렇지 하면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웹 베이스로 영어 단어장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툴이 없을까 해서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반복 학습만한 것이 없기에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영어 단어장을 띄워 볼려니 웹 기반이어야 하는데, 이 놈의 검색 실력이 엉망인지 내 입맛에 맞는 걸 당최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 두 시간 소일하다 Google Spreadsheet에 눈이 간다. 그렇지, 요 놈이면 어찌 되겠구나 싶어 작업을 한 결과가 아래의 이미지이다.


영어 단어장을 만든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모르는 단어들을 Google Spreadsheet에 입력을 한다.
  2. 각 단어들을 Google 사전으로 링크를 건다. 예를 들어 aficionado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새 창이 뜨면서, 해당 단어의 뜻이 설명된다.
  3. 단어들은 나중에 알파벳 순으로 정렬을 한다.
  4. 이 문서의 작성이 끝나면 웹페이지로 출간한다. (Publish as a web page.)
  5. 이 때 주어지는 고유한 웹 주소를, 나중에 손쉽게 방문하기 위해서 Bookmark Toolbar에 등록한다.
  6. 휴대폰으로도 이 웹 주소로써 단어장 접속이 가능하다.

    휴대폰으로 접속한 단어장 이미지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일일이 단어들 사전 링크를 타이핑 해야 하는 것인데, 이거 단어만 넣으면 자동으로 링크되도록 하는 방법 없을까? 암튼, 전혀 멋지지는 않지만, 쉽사리 쓰고 고치고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실속있는 나만의 영어 단어장이 생긴 셈이다. 이제 부지런히 외우기만 하면 되는데...

참, 누리꾼들 중에서 혹시나 쓸만한 영어 단어장 프로그램 아시는 분 있으면 추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참향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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